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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問答)

 

김현용

 

내 기억으로는 난 길치가 아니었다. 지도만 있으면 길을 잘 찾아갔던 기억, 한 번 간 길은 좀처럼 잊지 않고 10년이 지났는데도 몸이 반응하는 데로 가면 예전 길을 곧 잘 찾아갔다. 이제 나이가 50이 넘다보니 길치는 아니지만 가끔은 길을 잃어버리고 기억의 자락에서 가물거리니 길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한국에 잠시 방문할 때마다 바뀐 길로 인해서 길을 묻고, 선교지에 돌아오면 생소해서 길을 묻게 된다. 또한 나, 너 그리고 우리는 보이지 않는 관계의 길로 연결되어 있다. 동양권에서는 길에 대한 은유가 다양하고 깊게 다루어진다. 나는 지난 주 설교에서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가지 않는 길(The road not taken)’을 회중들에게 들려주었다. 예수님은 자신을 “나는 길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 너 그리고 우리는 그분께 그 길을 묻는다.

 

나는 DFC 1기 간사로 시작하면서 창립 선배들을 지금까지 지켜보며 길을 걸어왔다. 시간은 이토록 빨리 달려와 그들의 공과를 나름 말할 수 있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그러는 동안 어느새 내가 그 지켜봄의 대상이 되어 있는 것을 본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제자도의 핵심을 향해 묻고 따지는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부족했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나는 나에게 길을 묻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들을 지켜보면서 ‘내가 왜 이 공동체에 있는 것이지?’ 그때마다 나는 그들과 함께 한 걸음을 더 내딛어보고 결론이 나오면 그 때 결정하기로 하면서 한 걸음씩 걷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그때 들었던 대부분의 말들은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나는 그들이 걷는 길을 함께 걸으며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그들이 삶으로 말하는 길에서 답을 찾으려했다.

 

부부관계를 효율로 재단하지 않는다. 또한 자녀를 양육함이 얼마나 소모적인가? 대부분의 부모는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이름을 가르치기 전에 ‘아빠’와 ‘엄마’라는 말을 갓 태어난 아이에게 들려준다. 이는 아이에게 관계의 핵심 대상이 누구인지를 가르쳐 주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아빠’, ‘엄마’라는 말을 따라하게 된다. 몇 해가 지나서 때가 되면 자신의 고유한 이름을 알린다. 아이들이 하는 질문은 ‘구구야?’ ‘이게 뭐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들이 혼자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부터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도 부모들이 먼저 가르쳐 주었지만 말이다. 효율로 따진다면 인생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것에 많은 것을 허비하는지 모른다. 내가 속해있는 공동체 DFC의 핵심은 성경의 중심이 되고 전체가 되는 복음에 뿌리를 두고 제자도를 핵심으로 하는 선교하는 공동체라고 여기며 지금까지 왔다. 인생을 효율로 판단하지 않는 것처럼, 지금까지도 더디 왔지만 앞으로도 우리에게 주어진 ‘생명’을 위해 소모적인 용납 관용 배려하는 사랑하는 관계 속에서 너는 내게, 나는 네게 길을 묻고 답하며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는 공동체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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