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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살리는 제자도

 

한국교회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질적 성장과 양적 성장에 있어 큰 전환기를 거쳤으며 그 전환기의 중심에 제자훈련이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1960년대부터 네비게이토와 CCC, IVF 등을 중심으로 성시화 운동 및 민족 복음화 대성회 등의 양적 성장과 더불어 소그룹 성경공부를 통한 제자훈련이 선교단체의 기독 학생을 중심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또한, 선교단체의 영향을 받은 일부 교회 사역자들이 선교단체의 제자훈련 방식을 접목해 교회 내에서의 제자훈련으로 발전시켰다(박용규, 한국교회를 깨운다). 특히 사랑의교회를 중심으로 옥한흠 목사는 선교단체의 제자훈련을 교회에 접목해 잠자고 있는 평신도를 깨우는 일에 활용하고 큰 효과를 거두며 1980년대 이후의 한국교회의 질적, 양적 성장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그리고 많은 교회가 사랑의교회를 모델 삼아 개 교회에 제자훈련을 도입하였으며,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제자훈련 방법론 등이 등장하며 교회적으로 확산되었다. 또한, 제자훈련에 청소년 사역이나, 상담, 영성, 선교, 제직 등의 다양한 유형이 접목되었다. 이 외에도 온누리교회를 중심으로 한 일대일 양육은 제자 훈련의 한 형태로 발전하며 한국교회의 양적 성장에 기여하였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제자훈련의 열기가 점차 식었으며 다양한 형태의 제자훈련과 소그룹 모임, 셀 모임, 목장교회, 가정교회 등의 형태로 변화하여 교회의 상황에 맞게 훈련의 방식이 발전해 나갔다. 더 나아가 제자훈련이라는 이름으로 갖가지 유형의 교육과 훈련이 실행되었다. 지금까지 제자화 사역이 교회와 선교단체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실행됐다. 그러나 최근 제자화 사역에 대한 점검과 문제 제기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제자훈련은 대형교회의 1세대 목회자에서 2세대 목회자로 담임 목회가 이양되면서, 그동안 확장되었던 훈련의 실효성에 의문을 두기 시작하였다.

교회 내 제자훈련의 시초를 연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는 은퇴 후 30여 년간의 제자훈련에 대한 글에서 양적 성장에 따른 반성을 내기도 하였다. 옥한흠 목사는 목회의 자기 모순을 우려하며 교회론과 제자훈련이 엇박자를 이룬 것 같다고 표현하며 “한 사람을 그리스도의 온전한 제자로 세우는 것은, 양이 많아져 버리면 그것을 성취할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떨어져 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 기독교의 제자훈련 틀을 제공한 선교단체들도 단체 내부의 갈등과 다양한 변화에 따른 분립, 분쟁 등에 휘말리게 되면서 제자훈련의 본질이 의심받았으며 제자훈련이 양적 성장과 교회, 단체의 성장의 방편으로 인식되어 본질이 퇴색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교회의 제자훈련이 잘 정착하지 못했다는 비판적 평가의 한 원인으로 그리스도인의 이원론적 사고 형성에 있다고 본다. 여기서 말하는 이원론적 사고란 교회는 영적인 공간으로, 세상은 육적인 공간으로 나누어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내에서의 삶을 더 우선시하며 세상에서의 삶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제자훈련의 교육 과정도 교회 성장을 위한 리더 교육, 교회 일꾼 양성, 공적 예배, 헌금 생활 등에 맞춤으로써 세상에서의 삶의 모범이나 도전, 봉사, 이웃 사랑 등에 소홀한 점을 들 수 있다. 박영선 목사는 제자훈련을 제자화 사역과 동일시하여 “제자 훈련, 즉 제자화 사역은 신자를 또 다른 고급한 차원의 엘리트 신자로 훈련하는 과정도 아니요, 또한 어떤 과정을 이수하도록 하여 특별한 기능에 맞도록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제자화 사역은 생명 되신 예수님을 전함으로 모든 신자를 말씀과 돌봄으로 양육하여 하나님 아버지를 닮고 성숙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수는 공생애의 전 삶을 인간이 살아가는 삶과 함께 하였으며, 그 속에서 하나님나라를 전파하고 하나님나라의 영역을 확장했다. 예수는 복음이 필요한 연약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병자를 고치고, 소외된 자들, 죄인들, 어린아이, 여인들과 가까이하며 그들을 도왔다. Willard는 “하나님의 통치와 다스림은 말 그대로 코 앞에, 손 닿는 곳에, 가까이에, 지척에, 바로 우리 앞에, 우리 가운데, 삶의 현장에 있다(마 3:2, 막 1:15, 눅 17:21).”고 표현했다. 그는 “배움의 완성을 위해서 삶의 모든 활동, 특히 가정과 직장생활에 흡수해야 하며 예수께서 가르치신 것들을 모든 삶의 현장에서 연습해야 함을 강조하며 ‘교회 생활이 아닌’ 소위 ‘세상적’ 삶의 모든 세부사항과 관련된다”고 말한다(하나님의 모략).

 

오늘날 제자훈련의 실효성이 도전 받는 이유로 첫째, 제자훈련의 본질적 질문에 있다. 그리스도의 제자도는 섬김과 순종, 따름의 삶이 우선되어야 한다. 제자도는 훈련이 우선이 아니라 그리스의 십자가를 체험한 은혜 안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둘째, 양적 교회 성장에 제자훈련을 도입하여 성공의 여부를 판가름하였다. 한국대학생선교회를 비롯하여 사랑의교회나 온누리교회 등 대형 교회들이 제자훈련으로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 동시에 많은 교회가 이 모델을 따라 제자도의 본질보다는 교회 성장의 일환으로 제자훈련을 도입하였다. 셋째, 윤리적 결여가 있다. 제자훈련에는 반드시 윤리적 도덕성과 섬김으로 인한 삶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넷째, 이원론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한국교회는 양적 성장과 동시에 규모적 성장을 이루었다. 이러한 성장은 자연스럽게 조직과 시스템을 요구하였으며 교회는 많은 헌신과 봉사적 자원이 필요하였다. 교회는 앞 다투어 건물을 지었으며 건물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제자훈련은 이러한 인적 자원의 필요를 잘 채워주었다. 이러한 필요에 부합하기 위해 제자훈련의 중심은 교회에서의 거룩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모임과 찬양 등의 영성을 통한 헌신을 강조하게 되었다. 교회중심의 헌신 강조는 자연스럽게 이원론적 사고를 심어 주었다. 교회의 삶은 영적이며 세상의 삶은 세속적인 것으로 인식하여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삶에서 탈피하려는 현상이 생겨났다. 선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제자훈련은 단체 내의 훈련을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세상 문화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하였다.

 

1980년대 기독 학생 그룹은 두 그룹이 존재하였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치 개입과 세상 변혁을 이루기 위해 학생 운동에 참여하는 그룹과 이에 반하는 복음적 선교단체들이 또 한 그룹이었다. 후자의 경우는 전도와 제자훈련에 박차를 가하면서 탈문화화, 탈세속화를 이루었다.

1990년대의 대학 내 주요 전도 방법은 노방 전도와 복음 공연 등의 집회가 주류를 이루었다. 1990년대 이후 운동권을 중심으로 한 기독 학생 그룹은 2000년대 대학 내의 운동권 및 사회 개혁 운동이 위축되면서 대부분 대학에서 소멸하였으며 몇몇 대학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복음주의 선교단체에서 훈련된 기독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학과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총학생회 활동의 참여를 꺼렸으며 불신자와의 접촉을 꺼리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제자훈련으로 훈련된 기독 학생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게 되었고 단체와 교회에서의 헌신과 봉사에 집중하는 현상을 가져왔다.

 

학복협에서 2012년 조사한 “한국대학생의 의식 생활에 대한 조사 연구”에서 기독학생들과 비기독학생들의 성의식, 윤리문제, 사회활동 등에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종교적 활동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또한 DFC에 속한 제자들을 대상으로 2016년 151명의 제자들을 설문 한 결과 가지모임의 중요성, 유익 등에 있어서 교제와 나눔, 성경공부, 경건생활 향상 등이 80%를 차지했으며 삶에 대한 도전, 인격 형성, 전도, 이웃에 대한 관심 등 대인 관계에 대한 답변은 낮게 나타났다. DFC의 중점 사역인 가지모임이 교제와 나눔 등 자기계발에 집중되어 있으며 캠퍼스 내의 대인관계, 봉사, 활동 등에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 DFC는 지향점으로 ‘하나되어 더불어 땅끝까지!”라는 표어 아래 자생적인 제자 양육 사역과 전도, 선교, 사랑과 공의 실천에 사역 철학을 두고 있다. DFC의 제자화 철학에 비추어 볼 때 신앙 훈련과 성경 공부, 공동체 내의 교제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리스도인의 전도와 봉사, 이웃에 대한 관계 형성과 현장에서의 제자화 삶에 있어서 미약함을 느낀다. 우리는 훈련된 제자들을 더 많이 삶의 현장에서 사역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제자양육 또한 동아리와 센터 중심의 교제와 공부를 벗어나 자신들이 속한 삶의 터전 안에서 제자들과 삶과 인격을 공유하며 성령의 보호와 능력을 의지하여 적극적으로 세상속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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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중심의 제자화에 대한 도전

 

제자의 정의와 더불어 신학자들의 연구와 성경적 연구를 토대로 하여 살펴볼 때 진정한 ‘제자도’는 자신이 속한 삶의 현장에서 나타나야 한다. 예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과 동일하며 예수의 은혜와 성령님의 역사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예수의 제자는 그분의 삶의 모본을 따라야 하며 계명과 사명을 위한 삶을 위해 세상 속에서 섬김과 헌신의 본을 보여야 한다.

 

1) 현장이 사역의 우선이다.

예수를 닮아가는 것은 장소의 제한이 없다. 그동안의 ‘교회’와 ‘세상’이라는 이원론적 사고는 ‘교회 중심’이라는 말을 중요시했다. 그러나 온전한 제자화는 교회가 아닌 세상인 삶의 현장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아직은 미숙하고, 연약하지만 예수의 보호와 안식 안에서 승리하는 삶을 살아가는 제자가 되어야 한다. 세상에서 예수와 함께하며 보호와 안식을 경험한 제자들은 그로 인해 성장하게 되며 말씀에 대한 간절함과 예배에 대한 소원을 갖게 된다.

예수께서 이 땅에 성육신하셨듯이 그리스도인도 하나님나라의 소유 안에서 이 땅의 삶을 살아야 한다. 이 땅에서 하나님나라를 확장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다. 이 사명은 한정된 특별한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며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것이다.

 

2) 교회(단체) 기능의 단순화

교회는 현장에서 영적 싸움을 하는 제자들에게 사명을 부여하고 안식처가 되어주며 성도 간의 교제의 장을 열어 주어야 한다. 현대교회는 조직화 되어있으며 많은 기능을 요구한다. 이러한 현상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많은 제약을 주고 있으며 더 많은 시간과 재정과 재능을 교회에 쏟게 한다. 초대교회는 조직과 기능이 아닌 공동체적 역할을 강조하여 함께 예배하며 만찬을 나누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선교단체도 센터나 중앙 중심의 조직이나 행사를 탈피하고 캠퍼스 중심으로 한 소그룹 현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특히 훈련되고 준비된 리더들을 조직의 리더가 아닌 현장의 리더로 파송해야 한다. 많은 학생 리더들이 학과와 현장의 관계속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교회와 단체의 활동과 행사에 매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배 스타일, 찬양 인도, 행사 등의 단순화를 통해 그리스도인이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세상에서 살게 해야 한다.

 

3) 소그룹 제자모임 강화

제자훈련의 본질을 ‘제자화’에 두어야 한다. 제자 삼는 것은 단순한 성경공부나 예배와 기도, 교회 내의 봉사, 공동체의 직책수행, 훈련을 받는 것만이 아니다. ‘제자를 삼는다’는 것은 예수에 대하여 복음을 전하고 그분의 사명을 알고 행하게 하며 예수 안에 거하게 하는 것이다. 소그룹 제자모임은 현장에서 더 가깝게 밀착되어 있다. 그래서 현장의 필요를 쉽게 확인 할 수 있으며 개인의 상황을 잘 파악하여 필요를 채워줄 수 있다. 현장에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보다 더 친밀하게 하며 말씀을 연구하고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키워야 한다.

 

4) 이웃과 학우를 위한 관심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부여하신 기본 명령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에 있다. 제자로 살아가는 것은 훈련이나 특별한 교육에 있지 않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구속의 은혜를 체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관심을 이웃에게 두고 시간과 재능, 재정을 드려야 한다. 성경은 소자에게 드린 것, 가난한 이웃과 과부를 위해 사용한 것을 하나님께 드린 것으로 인정한다. 교회에 드리는 헌금 이상으로 이웃을 위한 헌금을 드려야 한다.

 

5) 현장에서의 연합 활성화

학복협에서 제시한 캠퍼스4.0은 2000년대 캠퍼스 전략으로 개별캠퍼스 중심의 패러다임전환을 강조하였다. 4.0은 다양한 주체들간의 실질적인 대화와 협력의 필요성으로 연합을 제안하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장의 삶은 작은 규모의 소그룹으로 이루어지지만 캠퍼스 안에서 또는 학과 안에서 하나님나라 확장을 위한 공유가 필요하다. 현장에서의 연합은 사역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게 한다.

 

 

현대 교회는 점차적으로 목회와 세상의 양분화를 통해 영적 삶과 세상에서의 삶을 구분하려는 성향이 있다. 예수께서는 하나님나라에 계셨으나 이 땅 가운데 성육신하셨다. 성육신은 “하나님이신 예수께서 육신을 입고 사람들 속에 오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는 이 땅에 오셔서 사람들과 함께 살며 사람들의 문화 속에서 천국 복음을 선포했다. 또한, 택한 제자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삶을 같이 하셨다. 진정한 제자도의 모본은 예수께서 이 땅 가운데 오셔서 사람들과 제자들에게 보이신 섬김과 낮아짐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현장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일하며 먹고 마시는 삶을 살아간다. 예수께서 우리의 삶 깊숙이 오셔서 종교인, 가난한 자, 병자, 연약한 자를 만나셨듯이 예수의 제자들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그곳이 ‘현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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